K-인간, 홍익인간
여러분 중에도 들어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작년 5월인가? 뉴욕 맨해튼 극장가 44번지 한인 샌드위치 가게 얘기 말이다. 한인 김정민(71) 씨 부부는 이민과 함께 40년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6시에 가게 문을 열고 샌드위치를 팔았다. 주 고객들은 매일 브로드웨이를 오가는 사람들과 배우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사장님은 이웃집 아빠 같았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20년 동안 여기에 자주 왔어요, 정말 좋아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훌륭해요. 그들이 그리울 거예요.” 한국 MBC 강나림 특파원은 그들의 얘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하지만 맨해튼 임대료가 너무 높아진 데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김 씨 부부는 40년 만에 은퇴를 결심했답니다. 그런데 이들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한 브로드웨이의 배우들과 스태프 등 단골 손님들 300여 명은 알음알음 돈을 모아 깜짝 은퇴 선물을 준비했고, 감사 인사를 담은 액자와 함께 전달한 겁니다.” 이런 멘트와 함께 단골들에게 둘러싸여 박수를 받는 71세의 김정민 씨와 옆에서 눈물을 훔치는 부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더불어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뜻의 ‘해피 트레일’을 부르는 손님들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선물을 받은 김 씨는 “제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노신사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편,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 작은 가게의 폐업 소식을 전하면서 김 씨를 “브로드웨이에서 또 다른 히트작을 만든 사람”이라며, “브로드웨이에서 뉴욕의 상징적인 역사 하나가 과거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요즘 폐업을 하고 은퇴를 하게 되었다며 “그동안 뷰티타임즈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나에게 전해온 분들이 종종 있다. 나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앞서 얘기한 김 씨 부부의 히트작이 바로 우리들의 얘기다. 우리 업계에서도 흑인 고객들의 감사를 받으며 은퇴와 함께 이런 비슷한 히트작을 낸 분들이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살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장사꾼이면 어떤가? 가난한 흑인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한 분들이라면, 그분들은 멋진 삶을 산 분들이고 진정으로 성공한 삶을 산 분들임이 틀림없다.
이제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갈 때가 된 것 같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으며 코리안으로서 나의 신분이 한 단계 상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는가. 기자들이 수상 작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의 입에서는 뜻밖의 얘기가 나왔었다. “중동,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인터뷰며 잔치를 하겠느냐?”고 답했다. 노벨상 수상 작가다웠다. 나는 순간 세계화된 K-컬처, K-뷰티, K-Pop, K-푸드 같은 단어들을 떠올렸고, 순간 탄성과 함께 세계화된 인간으로서 ‘K-인간’이란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민족과 인종을 떠나 인류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코리안, 그게 바로 ‘K-인간’이다. K-인간은 단군의 건국정신에서 나오는 ‘홍익인간’을 말한다. 홍익인간은 우리의 정신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인종을 떠나 세상 모든 인류에게 이로움을 주는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