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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호 칼럼] 나인(9)홀 클럽 즐기는 노년의 삶

 

 

 

 

우리 은퇴인의 낙원에는 노인들이 즐기는 특이한 골프클럽이 있다. 18홀을 돌기에는 힘이 들어서 9홀만 도는 클럽이다. 생긴 지가 십년이 넘는다.  90을 앞둔 나는 4년전에 18홀 클럽에서 빠져나와 이 9홀 클럽으로 옮겼다. 18홀 돌기가 힘이 벅차서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들 몰려오면서 18홀 클럽이 싫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PGA경기처럼, 너무 지루하게 플레이가오래 걸려 싫증이 났던 것이다.

 

그런데 노인들을 위한 9홀 클럽이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요즘은 새까맣게 젊은 친구들이 이 클럽을 즐긴다.  이들은 아직 60대 초반의 자영업자이거나 직장인들인데, 아침 일찍 9홀만 치고 출근하는 골프광들이다.  9홀클럽도 이제는 꼭 노인네들만을 위한 클럽이라고는 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매주 수요일은 남자들의 날이다.  9홀 클럽은 100여 명의 골퍼들이 가입해 있는데, 티 타임 걱정없이 즐긴다.  나의 팀은 모두가 대학 동문들이어서, 나로서는 최고로 즐기는 날이다.  우리 멤버가운데 한 분은 1931년생, 94세다.  한국전쟁에 참여하고 뒤 늦게 대학을 졸업하신 나의 대선배다.  그 선배는 아직도 핸디캡 11을 거뜬히 지키신다.  놀랍다.  내가 1937년생, 88세고, 세번째는 나보다 1년 후배, 87세인데 동아일보 문예상을 수상한 작가다.  내번째가 나보다 8년 후배, 80세, ROTC 출신이며 재주가 많다.  매주 수요일은 동문회를 하는 셈이다.  즐거운 골프를 마치면 가까운 피자 집에서 점심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걱정도 한다.  

 

9홀 클럽의 1년 멤버쉽피는 $45이니 점심값 정도다.  매주 토너먼트를 하는데, 토너멘트에서 네개의 후라이트(등급)별로 1등을 하면 $6, 2 등 $5, 3등 $4, 4등 $3 상금을 준다. 매년 6번정도 개최하는 Major Tournament 에는 상금이 조금 많지만 일년 내내 잘 모아봤자 $200이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클럽에서도 PGA FEDEX CUP 처럼 MED EX CUP 시상이 있다. 매년 초부터 수여되는 상금을 기록하여 최고 상금을 받은 8명이 연말에 2주 동안 경쟁을 해서 각 후라이트별로 챔피온을 정하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지난 해 2024년에는 내가 상금을 많이 받은 세번째 선수가 되어, 금년 초, 상위권 4명이 2주간에 걸친 경기를 펼쳤다.  마지막 날 경기에서 나는 최종 9홀을 핸디캡 +8, 즉 39를 쳐서 당당히 챔피온이 되었다.

 

2022년 12월 심장절개수술을 하기 전에는 드라이버가 220 야드 정도 간다고 뽐내면서 regulation play로 파 4에서 세컨온(2nd On)도 했었지만, 지금은 잘 쳐야 190 야드 정도다.  무엇보다도 그린 근처 칩샷과 퍼팅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나는 칩샷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9홀에서 버디 없이 파 5개,  그리고 보기 4개를 치려면 칩샷이 안되면 도저히 불가능한데,  그날따라 내가 그런 스코어를 낸  것이다. 하여간, 나도 놀라웠지만, 앞으로 골프에 더욱 더 정성을 들이려고 한다.

 

장원호

전 미조리주립대학교 언론대학 석좌교수

박사/ 본지 상임고문/  L.A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