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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노트]다시 생각해 보는 ‘교양‘

 

 

교양을 갖춘 사람들에게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품위있는 언행이 몸에 베어 있다.  "교양 부재의 시대"라고 할만큼 우리가 거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요즘 특히 교양을 갖춘 젊은이들을 만나면 나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얼마 전 그런 젊은 부부를 만났었다.  우리는 며칠 함께 골프를 치게 되었는데 골프의 메너는 물론 연장자를 대하는 이런 저런 그들의 태도가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잘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 

 

”교양 부재시대?” 옛날 보다 교양수준이 낮아졌다는 얘길 거다.  특히 요즘 한국인들의 사는 모습에서 그걸 엿볼 수 있다.  내가 꼰대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가?  황금만능의 세태가 교양부재의 시대를 만든 주범이란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세상이 되고보니 교양이고 나발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권력을 차지하려는 천박한 신분상승의 게임 또한 치열하다.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 회장님들이 그렇고,  대한민국 최고의 신분을 자랑하는 국회의원들에게서 그런 걸 다반사로 목격한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오죽했으면 거짓말 잘하고, 반칙 잘하는 아이들을 두고 언젠가 틀림없이 ‘국회의원’이 될 거라는 농담까지 나왔을까? 

 

옛날 우리 아버지 시대를 회상해 본다.  모든 아버지들이 도덕 선생님들이셨다.  그분들은 밥상머리에서 자식들에게 상식과 예절을 가르치셨고,  잘못을 사정없이 지적하고 훈계하셨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또한 그런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셨다.  상식으로 사셨던 옛 어른들의 교양에 비해 많이 배웠다는 오늘의 우리는 어떤가?  옛 어른들의 교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하고 초라하다.

 

한편, 미국에 사는 우리는 어떤가? 동방예의지국 민족다운 교양을 보여주고 있는가? 소위 ‘쌍놈’이라고 얏보았던 ‘양키‘들보다 나은가?  그렇지 않다는데 나는 한 표를 던진다.  양키들이 익스큐스미를 입에 달고 다녀서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일반 상식 측면에서 보자.  그들은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예의와 존중을 담아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자기 생각을 분명히 얘기하고, 잘못한 경우 깨끗이 사과한다.  그가 누구든 상대를 업씬여기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문화로서 몸에 베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교양인이라고 한다.

 

교양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지식 수준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수치스러움을 모르는 인간,  자기 자랑으로 맛으로 사는 저렴한 인간,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인간,  거짓말 잘하는 인간,  늘 이기려고만 하는 인간, 우월감에 빠져 우쭐대는 인간,  약자에 갑질하는 인간, 관용할 줄 모르는 인간,  예의를 모르는 인간,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 자기 방어에만 몰두하는 인간,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인간,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도 사과할 줄 모르는 인간…이런 무교양 인간들이 넘치는 세상은 지옥일 거다. 

 

무교양은 또다른 죄를 계속 양산한다.  가톨릭 신자들이 신부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한 다음 “이 외에 알아내지 못한 죄와 남이 나로 인하여 지은 죄도 있을 것이니 용서해달라”고 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이 나로 인해 지은 죄“란 무엇일까?  남이 나의 무식이나 무교양 같은 것 까지 무심코 영향을 받아 자기도 모르게 저지르는 무개념의 죄를 말한다. 무개념이 무교양을 낳고 무교양이 사회악을 낳는다는 거다.

 

자본주의 천국 미국에서 사는 우리가 특히 경계해야하는 무교양이 있다.  돈의 위력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다.  돈이 공동선을 위한 주요 도구로서 교양이 되는 사회가 또한 미국이기 때문이다.  공동선을 위해 큰 돈을 기부하는 부자는  누구나 곧 바로  하이소사이어티 멤버로 편입되고, 또한 존경의 대상이 되는 사회다.  돈이 천박스런 짓거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돈이 구원이 되고, 천사가 되고,  사랑이 되는 세상을 구현하는 멋진 보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가 큰 돈을 벌기위해 애쓰는 목적도 여기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돈밖에 모르는 천박한 사업가로 만족할 것인가?  자손대대 교양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멋진 코리언 가문을 만들 것인가? 그것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계송 / 자유 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