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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노트]협력 없인 미래 없다: 미국 내 헤어업계에 보내는 경고

 

중국인들은 더 이상 옛날 가난했던 그들이 아니다. 그들을 만나볼수록 나는 이를 확인한다. 그들이 사고는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에 가깝다. 생각의 폭이 넓고 크다. 대국인이다. 비즈니스든 뭐든 세계를 무대로 상대하고 생각한다. 제국의 경험을 갖고 있는 역사를 만든 민족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지난달 중국 헤어시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들이 그동안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지 확인했다. 가발과 헤어 비지니스라면 코리언이 주도했던 1980년대는 옛날이 되었다. 특히 한인들이 미국 시장에만 자족하다가, 어느새 중국에 완전히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내어주고 말았다. 원모시장 확보는 물론 제조업체 공단의 초현대화, 공단내 제조업체 이컴머스 직판 시스템 강화, 초소고 딜리버리 시스템 구축, 이컴머스 교육 강화, 자기 브랜드 빌딩 가속화, 신제품 출시 단축, 내국시장 확대, AI 서비즈 제공, 협회 세미나를 통한 정보 공유, 국제 트레이드쇼를 통한 국제협력 및 시장주도, 지방정부 R&D 지원 강화…등 모든 면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해왔고, 지금도 그런 노력을 배가 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도 보았다. 가발&헤어업계 종사자 모두가 협력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 업체들에게서 배워 출발했지만, 이제는 기술력과 마케팅, 디지털 플랫폼 활용까지 한국을 뛰어넘었다. 반면 한인 업계는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며 가격 혈투에만 몰두하다가, 점차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이는 단순히 헤어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경제적 현실이 그렇다. 최근 조선일보 사설이 지적했듯, 중국은 AI·전기차·배터리·우주항공까지 아우르는‘차이나 스피드’로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상거래에서도 신용카드 단계를 뛰어넘어 모바일 거래를 정착시겼음은 물론 단 2개월 만에 세계적 AI 모델을 내놓고, 상용화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규제와 정치 갈등 속에‘한강의 속도’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가 밝힌 기업 성장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기업 수와 매출에서 급성장했지만, 한국은 금융 편중과 혁신 부족으로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미국의 엔비디아, 중국의 알리바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기술 혁신 기업을 찾기 힘들다. 중국 광저우와 산동성 허저시에서 열린 헤어 박람회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단순 OEM 생산을 넘어 공장 자체 제품의 브랜드화, e커머스, 라이브커머스를 적극 도입하며 세계 시장을 재편하는 중국. 주안청 같은 작은 도시조차 1,000여 제조업체와 10만 명의 종사자가 집결한‘헤어 수도’로 부상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과거처럼 내부 경쟁에 매몰될 것인가, 아니면 중국처럼 협력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낼 것인가. 미국 내 한인 헤어업계는 물론 모든 뷰티서플라이 업계가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영어권에 능통하고 미국식 사고를 가진 2세대 한인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들이 협력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전략을 세워 함께 간다면, 우리는 헤어시장을 넘어 40여 년간 일궈온 6,000여 개 매장의 뷰티서플라이 시장을 발판 삼아,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는 미국내 나머지 6분의 5인 주류 뷰티시장(5/6)까지 확장은 물론 세계시장의 최강자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K-Beauty라는 강력한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인들처럼, 또 미국인들처럼 협력하며 업계 모든 종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파이를 키워간다면, 다시 한번 미래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구시대적 상업방식을 과감히 떨쳐내고, AI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대변혁을 시도해야 한 다. 무엇보다도 EDI 구축, 매장의 현대화와 체인화, 차세대 경영인들의 네트워킹…등이 그 핵심이다.